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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34

H2 - '힘내, 지지 마' 와 히까리의 마음. 그 시기를 지나왔던, 문화감수성에 예민했던 아이들에게 H2라는 작품과 이 장면이 남긴 상흔은 굉장한 것 아니었을까. 대형언론의 문화부 기자가 된 소꿉친구의 카톡 프사에 불현듯 이 장면이 올라온 것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그리고 지금, 새로운 생활을 앞두고 어쩌다 보니 '힘내 지지마'를 검색하고 있었다. 나는 H2를 대여섯번 넘게 되돌려보곤, 그 이후로도 어쩌다 한번씩 다시 보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다시 봐도 '아, 이게 이 뜻이었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는 장면들이 있더라. 해석이 갈릴만한 여지가 있는 몇몇 부분들에 대해서는 ~ 특히 최후반의 ~ 그때까지도 완벽하게 '아하' 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어슴푸레한 느낌만이 남아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흘러 여러 사람들의 글들을 보니, 작은 장면들 하나하나.. 2021. 5. 30.
신세기 에반게리온 (만화판) 이게 얼마만이더냐...20여년 동안 연재되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 만화판. 처음 대여섯권까지는 그래도 챙겨서 읽으려고 했었는데, 너무 느린 연재 속도에 그만 손을 놓아버렸더랬다.기본적으로는 극장판 (EOE) 줄거리를 따라가기는 하지만, 플롯의 큰 줄기는 그대로 두되 작가인 사다모토만의 재해석이 들어가서 같은 듯 다른 듯 신선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원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가이낙스 내에서도 그림 실력으로는 최고로 손꼽히는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손으로 그려져서인지 세계관이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온다.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던 부가적인 설정들도 확인할 수 있으며 (공인이라고 인정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에바는 공식 설정 따위에 집착하면서 보는 물건이 아니니까...), 레이 파의 일.. 2017. 1. 18.
G전장 헤븐즈 도어 아는 후배가 추천해줘서 본 니혼바시 요코의 'G전장 헤븐즈 도어'. 전 3권 완결.끝까지 읽으면 재미있다. 하지만 중반~중후반 정도까지는 (틈틈이 되돌아가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있지만) '단순한 이야기를 뭘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할 말이 뭐 이리 많아?' 싶은 느낌이 든다. 영화에서는 '일단 관객이 자리에 앉으면 처음에 좀 재미가 없더라도 끝까지 앉아서 볼 수 밖에 없다'는 이론 같은게 있는데, 약간 그런 느낌을 강요한다는 느낌. 후반은 오히려 전개가 시원시원하게 몰아치고 나간다.작가 본인도 여성이긴 하지만 작품 내에서의 일견 단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여성관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두 주인공의 어머니들은 통속적으로 애정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비쳐지다가 뒤에 가서 진실이 밝혀지지만, 사카이다와는 달리 테츠오.. 2017. 1. 15.
어게인!!(アゲイン!!) - 쿠보 미츠로 우연한 기회에 보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3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과, 순간의 강렬한 인상 만으로 3년 뒤에 문득 보고싶다고 생각할 정도의 마음, 그리고 '응원'... 이 세 가지를 참 맛깔나게 비벼낸 작품 아닌가 싶다. 사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가장 관심 있는 소재는 응원인 것 같은데, 이것을 스토리적인 중심에서는 약간 비켜놓은 것이 좋은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마치 아다치 미츠루가 야구 그리듯(...). 일단 여주인공인 우사미 요시코의 매력이 정말 빼어나다. 흔치 않은 스타일이지만 강력한... 개인적인 얘기지만 성격부터 외모까지 우사미 단장과 똑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서 더 신기하고 재미있게 본 것 같다. 감정묘사나 처리 등에 있어서 뭔가 묘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작가.. 2016. 5. 7.
백마 탄 왕자님 (사쿠 유키조우) 인터넷에서 결혼에 관한 이야기(결혼의 디메리트, 여자의 시절 등)로 꽤 유명한 만화다. 심리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뭐랄까, 굉장히 현실적이랄까 어른스럽달까... 도덕과 상식 선에서 비난받을만한 이야김에도, 너무나 주변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보는 것이 어쩌면 굉장히 위안이 된다. 공감하게 해줘서 고맙달까. 나이를 먹어가는 나라는 사람은 아쉬움과 잘못이 쌓여가니까. 어쩌면 이런 작품이야말로 눈앞에 있는 현실이라던가, 나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혼과 출산율이 떨어져만 가는 요즘, 양극단 현상이 심해지고 고령화사회가 되어가고 경제적 안정성이나 사회적 정의구현도 어려워져가는 요즘이지만... 그럴때일수록, 그렇기에야말로, 마음.. 2013. 12. 9.
EDEN - It's an Endless World! - (1997~2008) 엔도 히로키의 SF 만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통합사념체 → 새우주 창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작가의 학식이나 고찰에서 상당한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내용 면에서는 전쟁, 갱, 테러 이야기와 그 정치적 역학관계가 주를 이루면서 시종일관 인간의 밑바닥을 훑는데, 탄탄한 전개와 설득력 덕분에 꾸준히 나오는 성과 폭력 묘사도 단순히 말초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훌륭한 SF/사이버펑크 작품의 척도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에 있다면, 「EDEN」은 - 그 깊이나 결론은 차치하고서라도 - 적어도 그 탐구의 끈을 놓지 않는, 진지하고 끈질긴 추적을 보여준다는 데에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인조인간이나 유전자조작(?) 등의 미래 기술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라고는 해도, 「EDE.. 2013.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