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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9957

어른의 로맨스, 패트레이버 극장판 2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2 the Movie) 문득 패트레이버와 고토 키이치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제는 나도 아저씨 취향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작품이 된 것이다. 제대로 볼 수 있는 때가 왔다고나 할까. 예전에 보았을 당시에 감상을 적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재미있는게, 패트레이버 극장판 시리즈는 나아갈수록 그 중심인물이 ①특차 2과에서 ②대장 두 사람, 그리고 ③외부의 형사 콤비로, 즉 바깥으로 멀어지며, 그 이야기의 초점도 ①(본편 느낌의) 수사 활극에서 ②중년의 사랑, ③모성애로 성숙해져가는 느낌이다.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철학적 장광설은 이젠 그냥 개똥철학으로 들린다. 공각기동대 시리즈라면 모를까, 적어도 패트레이버에서 그의 철학은 주(main)가 아닌 부(sub.. 2014. 9. 23.
골든 보이 (GOLDEN BOY さすらいのお勉強野郎) [1995] 에가와 타츠야는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반열에 든다고 생각한다. [골든 보이]는 분량은 적어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본편에도 언급하듯이 그는 색기있는 그림을 너무나도 잘 그리는… 즉, 에로티시즘의 극에 달한 대중작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버전 [골든 보이]는 6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4부는 만화 원작 에피소드들을 그대로 채용했고, 5, 6부는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이야기로 되어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니메이션 판 [골든 보이]는 원작 만화보다 완성도가 높다. 내가 감히 그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애니메이션 판 [골든 보이]는 원작자 에가와 타츠야의 고질적인 용두사미식 결말에서 벗어나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획득하며 언제 어떻게 끝을 낼 지 알고 있다는 점.. 2010. 3. 28.
만능문화묘랑 (万能文化猫娘) [1992] 어렸을 적 게임월드 잡지에서 처음 접했던 [만능문화묘랑]. 당시에는 캡쳐샷과 함께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스토리가 써져 있었는데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음악으로 접하고... 이제와서 보게 되니 새삼스럽군. [만능문화묘랑]은 그렇게 90년대의 향수를 물씬 풍긴다. [3x3 Eyes]로 유명한 다카다 유조 원작이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다카다 유조보다는 내용부터 그림까지 그 전후 시기 유명 작가들의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난다. (어쩌면 한 시대의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는 '정말 일본 만화스러운' 시절의.) 90년대 초반은 애니메이션 황금기가 지나가고, 전통 셀애니메이션 방식이 그 기술 면에서 정점에 다다랐던 때이기도 한데, 특히 OVA의 퀄리티는 단연 뛰어났다. 더러는 '끝물.. 2009. 7. 30.
여기는 그린우드 아주 오래전부터 근근히 그 이름을 들어왔던 작품, [여기는 그린우드]를 보았습니다. 순정만화이지만 소년학원물(?)이더군요. 남고 기숙사가 배경인...^^ (그런데 난 어째서 환타지 계열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걸까 -_-;) 간단하게 말하면, 대만족입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 살아남는 그 명성은 헛되지 않았더군요. 원작 만화도 굉장히 보고싶고...^^ 작품은 따듯하고, 밝고, 포근하고, 풍성합니다. 특히 배경같은 경우 정말 아름답고, 필치가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그림의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퀄리티도굉장히 뛰어나고, 연출은 실험적인 면도 있으면서 굉장히 탄탄하고, 구도 역시 안정적으로 꽉 짜여있습니다. 원작 만화의 탓인지 감독인 모치즈키 토모미의 역량인지... 여러모로, 문단 앞에 언급한 느낌들이 전체적.. 2007. 7. 22.
붉은 돼지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존중하지만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딘가, 심술난 노친네같은 느낌이 작품에 배여서 그런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조금씩, 조금씩 마음에 들어오더군요. '결국 그렇게 가야한다'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붉은 돼지]도 그런 연장선에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자신의 삶과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에 미화된 듯 하여 거부감을 가졌었는데, 한 편 '언제쯤이면 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이 성숙해졌나 봅니다. 다시 틀어본 붉은 돼지는 굉장히 슬프고, 쓸쓸함이 담겨있었는 작품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미야자키 최고의 작품으로 [붉은 돼지]를 꼽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 2007. 4. 14.
바다가 들린다 오랫만에 생각이 나서 [바다가 들린다]를 꺼내 다시보았다. 원래는 극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보면서 '실사로 만들 수 있다' 혹은 '왜 이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똑같이는 만들 수 없다.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와 다른 점들은 꽤 있지만 그중 가장 중점적으로 '영화의 어법'에 반하는 것은 독백, 나레이션 등의 보이스오버(V.O.)와 과거회상(flashback)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이 둘은 시나리오를 쓸 때 특별한 기술적 이유가 없다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기피시되는 기술들이다). 좀 더 엄밀히 따지자면 이것은 2D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데, 아직은 너무나 미성숙한 나의 개인적인 지론 중 하나는 '2D에서는 자기 자신을 보고 .. 2007.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