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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200715

에반게리온: 서 - 1.11 You Are (Not) Alone 묵혀두었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3부작 완결이 아니었다니, 약간 망했다는 느낌이...;) 어차피 세세한 디테일이나 소위 '떡밥'에 관해서는 내가 다루고자 하는 부분들과 크게 연관되지 않으므로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건 어차피 안노 히데아키가 그때그때 꼴리는대로 휙휙 바뀌는 것들이다), 묵히지 않고 시청한 직후 바로 리뷰를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에바 제작진의 인간론, 혹은 성장론 「에반게리온 서」를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그 중심에 제대로 된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꼭 맞잡은 손에, 친구들의 응원을 전해들으며 웃는 신지를 옆에서 넌지시 바라보는 미사토의 미소에, 제작진의 의도가 한껏 담겨있다. 요즘 작품들에 깊이가 없어져서인지, 세월만큼 원.. 2016. 7. 8.
초속 5센티미터 얼마만큼의 속도로 살아가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감성 돋는 캐치프레이즈와 작품. 『초속 5센티미터』는 신카이 마코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어필했던 작품으로 꼽을만 하다. '빛의 마술사'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환상적인 영상. 「별을 쫓는 아이」(지브리나 호소다 마모루 등의 영향이 느껴지는)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신카이 마코토식 미학은 이 작품에서 그 집약을 완성시켰다고 할까? 일본의 고급 전통과자(和菓子)를 보는 듯한, 극단적인 세심함으로 빚은 아기자기한 감성. 수시로 표정을 바꾸는 색채와 끊임없이 변하는 화면, 순간에 탐닉하는 컷분할, 보통 팬(Pan - 평면적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만한 장면들을 굳이 틸팅(Tilting - 회전) 등으로 보여주는 놀.. 2013. 5. 29.
지니어스 파티 (Genius Party) 능력있는 감독들을 모아서 자유롭게 창작할 공간을 준다는 이런 프로젝트는 1987년작 『로봇 카니발』이후... (헉, 25년이나 전 일이라니!) 오랜만에 본다. 도전적인 스튜디오 4˚C의 (역시나) 멋드러진 기획인데, '로봇'을 주제로 삼아야 했던 로봇 카니발과는 달리 이번에는 최소한도의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풀어주었다고. 주목받는 7인의 감독들의 스타일을 번갈아 보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데 돈은 대체 어디서 나는거야 표제작 「지니어스 파티」는 후쿠시마 아츠코 특유의 동화적인 질감과 감각을 보여준다. 「샹하이 드래곤」은 카와모리 쇼지답게 충실한 비주얼과, 진지한 깊이는 없지만 무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SF적인 상상력과 최첨단 기술의 차용 등이 드러나며, 가장 대중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중국이라는 문화.. 2012. 7. 31.
기동전사 건담 OO (더블오) 시즌 1 ※본문의 '더블오'는 [기동전사 건담 OO] 1기에 한정합니다. 1979년 방영이 시작한 이래 [기동전사 건담]은 수많은 후속작과 배리에이션을 거듭하면서 선라이즈와 반다이의 플래그쉽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같은 우주의 연대상에서 시작한 후속작들은 이윽고 [기동전사 건담]이 정립한 '사실성'을 깨며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하고, 종종 다른 세계관으로도 뻗어나갔으며, 21세기에 들어서면서는 과거로의 회귀를 외치며 오리지널 건담의 '현대판' 리메이크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일일이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이 더블오야말로 제대로 된 건담의 적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퀄리티 더블오의 두드러지는 장점 중 하나는 압도적인 퀄리티다. 거대 인간형 로봇의 시초라고 불리우는 철인28호조차 - 비교적 심플한 디자인에.. 2012. 2. 6.
수장기공 단쿠가 노바 유니크한 매력 덕분에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초수기신 단쿠가] 를 기반으로 나온 2007년도 작품. 당시 유행했던 일종의 '슈퍼로봇 현대애니화'에 함께한 작품인데, 역시 비슷한 유형의 가이킹이나 지그 리메이크는 나름 인정받은 반면 이 단쿠가 노바는 가장 엉성한 느낌인 듯 하다. 스토리 뼈대도 그렇고 원작 단쿠가에서 차용한 여러가지 컨셉도 그렇고 포텐셜은 좋아보였는데 그놈의 스토리 전개나 연출이 영... 개인적으로는 좀 더 유능한 감독이 맡아서 2쿨 정도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의 작품은 [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 정도의 분위기에 [초중신 그라비온] (역시 오오바리 마사미 감독) 정도의 느낌이랄까... 80년대 로봇물을 현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작한 듯한 느낌이다. 문제는 제작.. 2012. 1. 31.
정령의 수호자 - 담담한 차(茶)와도 같은... 나이 서른의 여자 호위무사가 길을 가는 행상인과 대화를 나눈다. "... 하지만 돈이 없으면 그 땅에 어울리는 삶을 살 수 있지.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아." [정령의 수호자] 1화 초반의 이 장면은 시청자에게 스스로가 어떤 작품인지를 강력하게 어필한다. "애들 눈높이에 맞춰줄 생각은 없다"라는, 일종의 포고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때 전후의 대화에서 놀라게 되는 것은, '정비'라는 말 대신 "메인테넌스"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과, 위 대사에서 오는 겸허한 태도와 생각의 깊이, 그리고 가감없이 자신을 서른이라고 이야기하는, 정말로 서른다운 주인공 바르사의 모습이다. [정령의 수호자]에는 과장스러운 면이 거의 없다. 바르사라는 캐릭터의 매력, 이국적인 문화들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뒤섞인 동양풍의 세계관, 탄.. 2011.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