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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541

바람이 분다 (風立ちぬ / The Wind Rises) "이 세상은 꿈이지..." '붉은 돼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개인의 '행적'을 다룬 이야기라고 한다면, "바람이 분다"는 더더욱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이 가진 모순과 고뇌, 꿈... 자신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비행기랑 무기 좋아하면서 반전 부르짖는 모순에 대해서 이제 응답할 때도 되지 않았수?" 라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질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혼을 뒤흔드는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도 은퇴를 번복한 적은 있지만, 마치 순수한 유아기의 상태로 회귀하는 듯한 이 작품은 근래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이 거장의 유작으로 어울린다. 작품이 시작하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떤 의미로 이상향처럼 생각한다는, 추억 속 어린 시절의 세상이 펼쳐진다. 흑백으로밖에 존재.. 2020. 3. 11.
여름 눈 랑데부 (夏雪ランデブー) 일본드라마와 백귀야행의 중간 즈음 어딘가.작품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얘기할 게 없는 것은, 완주한 뒤에 시간이 꽤 흘러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특출난 부분이 많지 않은 작품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보다는 사실 이 작품을 먼저 알았던 것 같다. 공통점은 Aimer 의 노래 때문이었고. 양쪽 작품 다 나이차가 꽤 나는 커플링을 반대 성별로 각각 그려냈기 때문에 비교해보는 것이 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두 작품이 애초에 상당히 다른 작품이어서 비교하는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나이 차이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이 "여름 눈 랑데뷰"는 연상연하 커플링이라는 점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 사회적인 입장 차이가 부각되는 것도 아니.. 2018. 12. 19.
크로스 앙쥬 ~ 천사와 용의 윤무 (クロスアンジュ 天使と竜の輪舞) 후배의 추천으로 반신반의하다가 '바쁜 사람들을 위한 슈퍼로봇대전X'의 평가를 보고(....) 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아주 적절한 평가라는 느낌인데...."부끄러움을 알아라 / 뭐냐 이 파렴치한 애니는! / ...하지만 나쁘지 않아."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하면 '맛'은 있고 '멋'은 없는 작품 되시겠다. '맛'이라고 하면... 자극적인 건 있는대로 다 넣었고, 전반적으로 중2병에 가까운 무언가가 진하게 넘쳐 흐른다.이것저것 많이 끌어다 오기는 했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요소들의 집합체다. 오리지널리티가 빈약하고, 통일된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멋'이 없다는 것은 깊이있는 고뇌의 부족함에서 온다. 이것이 없으면 중딩 애들이 담배 피면서 멋있다고 생각하는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크로스 앙쥬』에는 개연성이.. 2018. 11. 4.
도쿄 구울 (+ :Re) (만화판) (東京喰種 トーキョーグール) 한 2~3일간 미친듯이 독파한 도쿄 구울. 몇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다지 땡기지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한번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았다. 애니메이션 2기가 망(...)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만화 버전으로. - 굉장히 오랫동안 연재중인데, 처음 연재 당시에 어디까지 내다보고 시작했을지가 궁금하다. '드래곤볼'처럼 깔끔하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엄청난 수의 떡밥이 항상 뿌려지고 있었고, 동시에 분명 여기까지 처음부터 키울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은 느낌이 공존한다. 어쩌면 전체 이야기의 틀이나 스케일은 어느정도 구상과 비슷하지만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방향을 몇번 바꾼 것 아닐까 싶은데... 어찌 되었든 이번에 리제와의 다툼이 끝나면 종결되지 않을까 싶다. 수미상관을 맞추는 유종의 미까지 넘어.. 2018. 2. 28.
알드노아. 제로 (ALDNOAH. ZERO) 너무 많은 레퍼런스 사이의 균열한동안 애니메이션 감상을 못했던 것을 감안해도, 간만의 메이저 작품이었던 것 같다. 엔딩을 보고 나니 다들 아름다운 추억(...)이 한가득일 거 같지만, 폭발적인 분량과 분노의 나무위키 글들을 읽는것 또한 재미있었고... 다행히 보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부분들은 많이 겹치지 않는 것 같아 마음 편히 감상평을 쓸 수 있을 것 같다.시원시원하다! 웰메이드 작품처음 시청하면서 바로 들었던 생각은, 소위 '왕도'의 길을 따라가면서도 현대적인 차용이 매력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시원시원한 전개가 좋다는 점. 워낙에 '왕도'를 내세웠기 때문인지, 레퍼런스 / 클리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부모가 없는 재능있는 소년이 우연하게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던가, 우주거주민과 지구인 전쟁의 이유라.. 2017. 8. 31.
별을 쫓는 아이(들) - 아가르타의 전설 (星を追う子ども)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11년 장편작. 지브리 작품들(원령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이나 하이바네 연맹 등이 꽤 연상되는데, 이제는 제법 상업작품 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그러나 고질적인 신카이 마코토스러움에 학을 떼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덩그러니 고독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는 주인공, 별 것도 아닌(?) 동기에 걷잡을 수 없이 펼쳐지는 전개와 감성의 쓰나미.... 문학부 나왔다는 사람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한탄스럽다. '막연한 기대'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별을 쫓는 아이의 경우는 스토리나 설정이 진부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정돈만 잘 했으면 완성도나 대중성은 훨씬 더 나아갔을 작품으로 보여서 좀 안타깝다. 젊은 감독들 중 인지도로 따지면 .. 2016.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