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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86

울려라! 유포니엄 - 리즈와 파랑새 성장의 한 페이지에 현미경을 갖다 댄 것 같은 작품. 이야기의 범위가 굉장히 작고 좁은데, 덕분에 순간이 영원으로 느껴질 만큼 극도로 세밀하게 순간 순간에 포커스를 맞추고, 암시와 은유가 뚜렷하게 반복되며 제시된다. 아마도 영상 미디어의 연출에 관한 교재로서는 상당히 좋은 작품이지 않을까? 리즈와 파랑새의 관계역전 등 전반적인 요소들은 바로 가늠할 수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능동적인 쪽은 리즈이며, 파랑새는 순수하고 리즈를 좋아하는 점이 강조된다. '혼자'라는 키워드로 초반에 미조레와 리즈를 연결시키지만, 사실 리즈는 그림같은 집에서 신선처럼 사는걸 선호할 뿐 딱히 외톨이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복어가 뭐지...?' 싶었는데, 다른 분의 리뷰 글을 보고 아하... 할 수 있었다. '울려라! 유포.. 2022. 4. 6.
달링 인 더 프랑키스 (DARLING in the FRANXX) - 결혼에 대해 생각하다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이런저런 코드나 '떡밥'들은 원만한 수준에서 뿌려졌으니 이해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이 악역들의 목표라는 것은 좀 재밌었지만!) 로봇만화는 언제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대변하는 장르였었다. 그리고 이 작품,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으로서, 생물로서 '본연'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시대의 아이들이 태초의 '원시성' - Ape(유인원), 자원이 고갈된 자연, 규룡 등으로 계속 레퍼런스되는 - 에서 얼마나 멀어져있는지를 반추하는 듯한 제작진의 눈길에는 측은함 같은 것이 담겨져 있다. 사념체를 통합하자는 악당들의 기치와, 기존 인류의 기억과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클론.. 2019. 7. 18.
메갈로 복스 (Megalo Box / メガロボクス) '메갈로 복스'는 일본의 전설적인 헝그리 복싱 만화인 '내일의 죠' 50주년을 기념하여, 반쯤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작품이다. '기어'로 대변되는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를 두어 차별점을 두긴 하였으나, 소위 '헝그리 정신'이라는 것은 요즘 시대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 '메갈로 복스'의 세계가 기술적으로 진보되어 보이긴 하지만 인터넷 등의 신시대 문물이 그다지 활용되지는 않고, 마치 '미치코와 핫칭(2008)' 속 남미(南美)의 황량함이 보이는 것은 '헝그리한 시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죠'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스피겔'을 (짐작컨대) 벤치마킹한 것 역시도, '카우보이 비밥' 역시 시대적으로 올드했던 홍콩 느와르 장르를 SF적으로 훌륭하게 풀어낸 .. 2019. 6. 5.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恋は雨上がりのように) 더러운 중년남자와 풋풋 상큼한 여고생의 로맨스! ...로 여러 사람들을 거하게 낚은 작품 아닐까 싶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런거 없다. 라기보다, 이야기의 주제가 실은 거기에서 비켜서 있다. '중년 아저씨들, 미성년한테 과한 관심은 갖지 마시라구요?' 정도라고는 좀 왜곡해서 말할 수 있으려나.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20대 여성이 약 40 중반정도까지는 결혼상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당히 보편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전에도 「백마 탄 왕자님」 이라는 2005년도 작품에서 이미 비슷한 사례를 보여주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에서는 나이 차를 한층 더 키워버리지만, 상당히 그럴싸한 일이기에 좀더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인데... 결론적으로는 이것이 이야기의 주.. 2018. 11. 19.
바이올렛 에버가든 (Violet Evergarden) 뭔가 다르다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부터 이야기하자면,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주목할만 하다는 점.첫 화를 보고 나서 '아니 도대체 돈을 얼마나 때려박았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화는 익히 기대하고 있었지만, 사운드의 질감까지도 역대급이라고 할 만하다.넷플릭스의 일본 애니메이션계 진출은 예전부터 이루어져왔으나 이번만큼 본격적이라고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변방에 머무른다는 느낌이었으나 쿄애니라는 제작사와 본 작품의 성격으로 보아 정말 메이저 무대로 올라온 느낌. 2018년 30편의 작품 발표를 목표로 무려 9조원(!)의 투자를 한다고 하였는데, 애니메이션 제작 최대의 관건이자 난점이 투자자 확보라는 점에 있어서는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모에물과 일상물은 -북미 시청자들의 취향.. 2018. 7. 13.
마징가 Z: 인피니티 누구를 위한 마징가 Z인가? 로봇 애니의 팬으로서 여러가지 파생작을 보았지만, 정통으로의 복귀를 가장 강력하게 내세운 작품은 이 『마징가 Z: 인피니티』 였던 것 같다. 예고편을 보면서 멋지다는 생각과 동시에, 시대적 밸런스를 어떻게 해결했을지 궁금했는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다.우선 하나의 작품으로 보았을 때 주절주절 설명이 왜 이리 많은지... 영상 작품에서 말로 하는 설명은 보통 가장 마지막에 쓰는 수단이다.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나 하면, 그렇다고 시간이 엄청나게 촉박하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필수적인 정보였던가 하면 그것도 딱히...구시대적 개그요소 등도 마징가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이걸 보고 웃겨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진지하고 현실적인 신세대적 테이스트를 충족.. 2018.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