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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200017

철완 버디 (OVA, 1996)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기동경찰 패트레이버』와 『철완 버디』를 보면 유우키 마사미는 참 독특한 만화가다.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관 속에 한 가지 핵심적인 만화적 요소를 투입시키며 살짝 비틀어주는데, 사고회로라고 해야 할지, 그의 상상력은 굉장히 촘촘하고 논리적이다. 그 반대급부인지는 모르지만,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들에서는 일본 만화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만화적인 오버스러움이나, 감정적인 분위기의 기세몰이, 말초적인 재미가 전무하다 해도 될 정도로 결여되어 있다. 그가 독특하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어쩌면 이런 소재 자체의 만화스러움이 그의 덜 만화스러운 작풍을 보완해주고 있는 걸까. 패트레이버와 마찬가지로, 철완 버디 역시 그 만화적 소재는 그야말로 만화적이다. 몸에 착 달라붙는 수트를 입는, 변신소.. 2012. 10. 30.
겐지의 봄 (イーハトーブ幻想~KENjIの春) [1996] 일본의 유명 문학가인 미야자와 겐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삶을 비추는 중편 애니메이션 작품. 'Spring and Chaos'라는 영어 제목은 작중에도 등장하는 그의 시집 이름('봄과 수라')이며, 원 제목 '이하토브 환상 - KENjI의봄'의 '이하토브'란 미야자와 겐지의 고향인 이와테를 그가 익힌 에스페란토어로 바꿔 쓴 것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들 속에 이상향으로 등장하는 이름이라고.) 애니메이션의 정수는 심상의 현화... 즉 마음의 형태라던지 어렴풋한 느낌 등을 구체화해서 표현할 수 있는 점이라는 생각이 거듭 쌓여가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이 작품을 보게 된 것은 모종의 인연이 닿아서였을까? [겐지의 봄]은 언어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보이는 대로 느끼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 시(詩.. 2009. 7. 30.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아름답지만... 자꾸만 내 틀로 작품을 보려고 한다. 별로라고... 말도 안되는 페이싱, 일손을 줄이기 위한 장치들, 폐쇄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맨날 똑같은 소재와 감성... 이것이 질투려니. 부럽다. 2008. 8. 1.
이웃집 야마다군 정공법으로 날리는 카운터펀치 [이웃집 야마다군]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애니메이션이란 과연 무엇인가'란 질문이었습니다. [이웃집 야마다군]은 정말 순수한 '애니메이션'이거든요. 말이 어폐가 좀 있는 듯 하지만... 달리 뭐라 설명할지 모르겠습니다. 유행하는 스타일 같은 것에 부합하지 않는, 그냥 원형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 비슷한 의미로, '만화란 애들이 보는것'이란 말이나 '작품성'에 관한 생각들도 머리를 스쳐지나가더군요. 누가 뭐래도 일본 제 1의 인기 애니메이션은 치비 마루코짱이나 사자에상, 도라에몽같은 작품들이고, 그 뒤를 잇는 것은 말그대로 청소년용 '아니메'입니다. 그것도 만화 원작이 다수... 나머지는 매니아층이 근근히 먹여살리고 있다고 봐야하죠. 그것도 원소스-멀티유즈 공략.. 2008. 7. 2.
진(眞) 겟타로보 - 세계 최후의 날 뜨거운 것이 좋아 '열혈(熱血)' 하면 우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녀석들이, 그 본색을 더 드러내며 우리 곁에 돌아왔었습니다. 때는 말그대로 '세기말'의 암운이 드리웠던 1999년. 게타의 화두는 항상 '종(種)의 생존'입니다. '강제진화'의 힘을 갖는 에너지원 겟타선과 더불어, 적은 언제나 이종(異種)의 생명체이며, 인류는 그들에게 '지구는 우리것이다!'라고 호소하며 외칠 당위성도, 의미도 없습니다. 그런 잡다한 공론(空論)이나 갑론을박 따윈 필요없어질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열혈'입니다. 뜨거운 피, 그 생존본능에 몸을 맡기고 그저 돌진하는 것 뿐. 그래서 오프닝 가사 중 "모든 것을 버리고 나는 싸운다"('지금이 그 때다') 라던가, "지표가 불타오른다면, 단지 그것만으로 아무것도 .. 2008. 1. 28.
프리크리 (FLCL) 행복한 오타쿠들이 꾸는 꿈. FLCL [프리크리]는 그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흥미롭긴 해도 딱히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뭐랄까... 솔직히 어둠의 루트를 통해서 구했는데, 사실 시청에 구미를 당긴것은 동영상의 엄청난 퀄리티였습니다. 작품 퀄리티도 좋은데, 화질(1024x768)과 음질(2채널에 448Kb)이 차세대미디어급이더군요. - 이하 존칭 생략 - 먼저 느껴진 것들은 이랬다: 보는 사람까지 오타쿠를 만들어버리는 반박자 빠른 편집, 묘하게 김빠진 캐릭터들, 그리고 난무하는 선정성(이건 갈수록 심해지는 듯). 그리고 그 전체적인 느낌은 - 심심한 동네나 꾸밈없는 미술연출 등에 더욱 힘입어 - '황량함'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에너지. 첫 에피소.. 2008.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