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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하우스6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四畳半神話大系) 독특한 느낌과 유아사 마사아키라는 감독에 끌려 보게 된 작품. 예전에 보다가 중도포기한 『망상대리인』같으면 어쩌나 싶었으나, 다행히 훨씬 더 매끄럽게(?) 정제된 작품이어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 차츰 늘어난 '탈덕권유'형의 스토리이지만 루프/분기물로 이루어진 구성과 스토리 전달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연출이나 나카무라 유스케의 캐릭터 디자인도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온갖 혼자만의 생각 안에 틀어박혀 있는 주인공 '나'는 어떤 현실에서도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항상 망상만을 쫓는다. 그 덕분에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이 되지 못하고 '내 (이상향적인) 생각과는 다르다'면서 수렁으로 스스로를 몰고 가는 것이다. 주인공은 .. 2012. 7. 17.
전뇌 코일 (電脳コイル - Coil a Circle of Children) [2007] 대중적인 인기작품보다는, 상업적인 입김이 적고 스토리가 충실한, 소위 '숨겨진 명작' 부류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베스트애니메가 1주일이 넘게 다운된 상태인지라 자료는 부족하지만, 2007년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일본애니에 있어서 상당히 풍성한 해였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2006년, 2008년에 비하면 더더욱 두드러지지 않을까. [전뇌 코일]은 2007년의 숨겨진 명작들 중에서도 숨겨진 명작으로 분류될 수 있을 정도인데, 작품 초반의 몰입감 부족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대신 그 전반적인 작품성 역시 그만큼이나 뛰어나다. 제작진 일부가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인 덕에 작품의 정서나 애니메이팅 기술(움직임) 등에 있어서 특유의 느낌도 많이 묻어나지만, 이 작품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 태생이 '교육.. 2010. 12. 20.
라이드백 [2009] 허연 원피스 한장만 걸치고 인간형 오토바이(?)에 탄 주인공. [라이드백]의 포스터는 어딘가 조금 부조화스러운 이미지이지만, 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에 막상 필이 꽂혔던 것은, 처음으로 이 주인공 '오가타 린'에게 인간형 오토바이 '라이드백'을 소개시켜주는 부분을 보면서부터였다. [공각기동대]를 차용한 듯한 오프닝도 그렇고 이래저래 어설픈 점이 느껴지는 [라이드백]이지만, 재미있게도 이 작품은 기존의 바이크를 다룬 작품보다 더 바이크 라이딩의 쾌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다. 자유로이 공기를 가를 때의 청량함, 바람과 진동을 피부로 접하며 느끼는,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 같은 기분. 그림으로 아무리 바이크를 봐도 알 리가 없는 그 기분을, [라이드백]에서는 바이크를 실제로 '내 몸이 확장.. 2010. 10. 6.
로도스도 전기 (ロードス島戦記) [1990] * 본 글에서 '[로도스도 전기]'는 1990년도에 발매된 OVA 판 작품을 뜻합니다. 원작 소설은 '원작'으로 표기됩니다. 상당히 오랜 인연(?)이었던 [로도스도 전기] OVA를 기어이 보고야 말았다. 90년대 초반, 한 게임잡지의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통해 이미 줄거리 뿐 아니라 주요 장면들까지(!) 습득할 수 있었던 [로도스도 전기]이지만, 굳이 그런 친절한 미리니름 없이도 내 또래의 아니메 팬들에게 이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독보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 장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당시 [로도스도 전기]의 비주얼은 가히 충격과 공포다 이 그지 깽깽이들아!!(...)였다. 지금보다도 저작권 개념이 더 희박했던 당시, 잡지 부록부터 책받침 그림까.. 2009. 12. 25.
미궁 이야기 (迷宮物語) [1987] 중국에는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를 통틀어 '4대 기서'로 부른다고 한다. 쉬이 접하기 어려운 [금병매]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작품들은 요즘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이상 '기이(奇)'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을 듯 하지만, 만약 문자 그대로의 '기이함'을 모토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4대 기작'을 뽑는다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미궁 이야기]는 그 중의 하나로 꼽힐만 하지 않을까. (다른 후보들로는 [천사의 알], [로봇 카니발], [메모리즈] 등이 떠오른다.) 의외랄까, [미궁 이야기]는 이후 만들어진 [메모리즈]처럼 시간적 구성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모리즈]는 [미궁 이야기]의 적자라고 생각될 만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처음에 등장하는 '사찌'라는 소녀는 관념화된.. 2009. 9. 28.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07년 최고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게 아깝지 않은 수식어입니다. 사실 가만히 돌이켜보건데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을 뛰어넘어 2007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처음 틀고서 놀란 것은 엄청난 정보량입니다. 보통 하던대로 자막을 읽으면서 보려다보니 '엇 이게 아닌데?' 싶더군요. 그래서 자막은 켜놓아도 눈은 화면 전체에 두고 봤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그렇게, 이전에 없던 독특한 느낌과 어법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일반 일본 아니메같지도, 지브리스럽지도 않습니다. 그 생동감과 자연스러움, 일상성, 전에 보지못한 '활력'을 전해주는 것을 보면 영화스럽기도 한데, 또 그것에서도 탈해있습니다. 세가지를 전부 담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2008.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