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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2019

약속의 네버랜드 (約束のネバーランド) (1기)

by 노바_j.5 2020. 1. 12.

이야기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그레이스필드 탈출까지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끊어냈다. 이 작품의 주제가 격인 '이사벨라의 노래'가 아이들의 승리에 대한 찬가, 나아가는 앞길에 내리는 축복이 되어 흐르는 마무리는 전율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 거기에 있는 나' 등에서 보이듯 '귀여움 vs. 잔혹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불안함을 강조하는 서스펜스 / 호러물 스타일의 연출도 일품인데, 만화와는 다른 영상물로서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느낌이다. 작가가 가졌던 참신하고 충격적인 컨텐츠가 완숙한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손길로 잘 다듬어진 느낌. 1쿨의 호흡도 아주 좋고, 무엇보다 1화가 너무 대박이다. 이런 연재물은 첫머리가 가장 중요한 법인데, 보는 사람을 갈고리로 훅 채가버린다.

주인공 3인방이 모두 천재이면서도 그 스타일을 다르게 그려낸 것도 인상적이다. 능동적인 마스터마인드 스타일의 노먼, 피동적인 책사 스타일의 레이, 그리고 그 중에서도 독특한, 왕도적인 주인공 퍼스널리티를 입힌 엠마. 엠마는 머리를 굴리지 않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올곧으며, 낙천적인 이상주의자, 육체파. 그럼에도 만점자... 어찌 보면 가장 먼치킨 아닐까 싶다. 그래서 주인공이겠거니.

이 작품은 선정적이지는 않지만 내용 면의 잔혹함은 성인물 급이다. 기괴하고 잔혹한 현실을 깨우치고, 자유와 의지를 따라 리스크를 짊어지고 결단을 내리며, 살얼음 위에서도 계획을 수립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생존한다'... 매트릭스의 빨간약 vs. 파란약이 가진 주제의식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서스펜스 판타지 물의 양식을 갖추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 이야기는 성장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지 않은가.

그레이스 필드 탈출 이후로 이야기는 혼잡해지고 스타일은 단순(액션활극)해졌다는 비판이 있지만, 적어도 여타 대히트 작품들처럼 무한루프를 돌지는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다만 애니메이션 1기가 원작 40화 남짓의 분량이었고, 현재 마무리에 근접했다고는 하나 160화를 넘어가고 있으니... 애니메이션 제작 팀에게도 스마트한 축약은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단적으로 탈출 이후의 이 작품은 장르가 다르다. '쥬만지'나 '미이라' 등의 작품과 비슷해질 텐데, 보는 입장에서도 적응이 자연스레 될지가 우려된다.

 

▷ 다음 리뷰는 아마도 3월의 라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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