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38

약속의 네버랜드 (約束のネバーランド) (1기) 이야기의 완성도가 가장 높은 그레이스필드 탈출까지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끊어냈다. 이 작품의 주제가 격인 '이사벨라의 노래'가 아이들의 승리에 대한 찬가, 나아가는 앞길에 내리는 축복이 되어 흐르는 마무리는 전율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 거기에 있는 나' 등에서 보이듯 '귀여움 vs. 잔혹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불안함을 강조하는 서스펜스 / 호러물 스타일의 연출도 일품인데, 만화와는 다른 영상물로서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느낌이다. 작가가 가졌던 참신하고 충격적인 컨텐츠가 완숙한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손길로 잘 다듬어진 느낌. 1쿨의 호흡도 아주 좋고, 무엇보다 1화가 너무 대박이다. 이런 연재물은 첫머리가 가장 중요한 법인데, 보는 사람을 갈고리로 훅 채가버린다. 주인.. 2020. 1. 12.
클라우스 (Klaus) 가까운 이가 보고 싶다고 하여 같이 느긋하게 감상하였다. 산타 클로스의 기원에 대한 재해석인데, 일단 아트웍이 첫눈부터 마음에 들더라.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기법의 툰셰이딩 느낌도 좋았고. 색감이 조금 평면적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따스하고 풍성하다. J.K. 시몬즈를 비롯한 성우들의 연기도 일품. 개연성에서는 큰 점수를 주기 힘들었고, 특히 교사인 여주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에 비하면 비중이나 개연성에서 조금 억지로 끼워넣은 것 같아서 아쉽다. 문제는 여주 뿐만이 아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작품이라서 그런지, 기적에 기대는 것을 크게 흠잡고 싶지는 않다. 사실 이 작품은 소위 '필 굿 (feel good)' 분위기를 강조하고 또 많이 기대기도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기분 좋게 크리스마스를 기다.. 2019. 12. 24.
배를 엮다 (舟を編む) 해외에서 오래 살다보니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도 곧잘 접하는 문제다. 직업상 사전을 자주 뒤져보기도 한다. 사실 소통에서의 난점은 단순한 단어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표현의 문제일 때가 많지만, 어쨌든 음... 그렇다. 사전은 중요하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애니메이션은 의미부여에 너무 호들갑스럽다. 작품이 너무나 잔잔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렇게 한 것일까? 바다와 문자 등을 이용한 심적 묘사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나오는데, 정말로 공감이 갔던 것은 최후반부에 검열 실수를 눈치채고 공황상태에 빠지는 부분 정도? '배를 엮다'의 미학은 고즈넉함을 즐기는 데에 있다. 주인공 커플을 필두로 사전편집부실과 그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정신없이 바.. 2019. 8. 24.
달링 인 더 프랑키스 (DARLING in the FRANXX) - 결혼에 대해 생각하다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이런저런 코드나 '떡밥'들은 원만한 수준에서 뿌려졌으니 이해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이 악역들의 목표라는 것은 좀 재밌었지만!) 로봇만화는 언제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대변하는 장르였었다. 그리고 이 작품,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으로서, 생물로서 '본연'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시대의 아이들이 태초의 '원시성' - Ape(유인원), 자원이 고갈된 자연, 규룡 등으로 계속 레퍼런스되는 - 에서 얼마나 멀어져있는지를 반추하는 듯한 제작진의 눈길에는 측은함 같은 것이 담겨져 있다. 사념체를 통합하자는 악당들의 기치와, 기존 인류의 기억과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클론.. 2019. 7. 18.
메갈로 복스 (Megalo Box / メガロボクス) '메갈로 복스'는 일본의 전설적인 헝그리 복싱 만화인 '내일의 죠' 50주년을 기념하여, 반쯤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작품이다. '기어'로 대변되는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를 두어 차별점을 두긴 하였으나, 소위 '헝그리 정신'이라는 것은 요즘 시대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 '메갈로 복스'의 세계가 기술적으로 진보되어 보이긴 하지만 인터넷 등의 신시대 문물이 그다지 활용되지는 않고, 마치 '미치코와 핫칭(2008)' 속 남미(南美)의 황량함이 보이는 것은 '헝그리한 시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죠'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스피겔'을 (짐작컨대) 벤치마킹한 것 역시도, '카우보이 비밥' 역시 시대적으로 올드했던 홍콩 느와르 장르를 SF적으로 훌륭하게 풀어낸 .. 2019. 6. 5.
사쿠라 퀘스트 (サクラクエスト), 2017 '일하는 여자아이 시리즈' 제 3편, 사쿠라 퀘스트를 보았다. 한국에도 2010년대에 귀농 붐이 일었던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크게 다뤄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반면 일본은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이제는 마을의 존속을 우려하며 이주민에게 빈 집을 무료로 제공하는 마을들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도시보다는 한적한 지방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 작품의 소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으나, 아마도 대중들에겐 시로바코 이후에 차별점을 둘 만한 신선함을 어필하지 못했으려나 싶다. 배경이 너무 잔잔한거 아닌가 싶어도,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 무언가를 성취해가는 과정을 소소한 터치로 풀어나가는' 작품의 본질적인 부분은 시로바코와 비교해서 큰 차이는 없다. 무던하고 현실적인 작풍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서 .. 2019. 4. 20.
알리타: 배틀 엔젤 (Alita: Battle Angel) 10년~15년 전부터 기다려왔던 (이제 하도 오래돼서 기억도 가물하네요) 총몽의 극장판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제임스 카메론이 감독까지 맡을거라고 하였었는데, '아바타' 등과 놓고 경합하다 후순위로 계속 밀려왔었지만, 그만큼 총몽의 경우는 더 높은 CG 기술로 만들어내고 싶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어떨까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습니다. 특유의 미장센도 그렇고, 인체 대신 기계를 사용함으로서 폭력적인 연출도 더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하구요.무엇보다 카메론 감독의 대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큰 플러스가 된것 같습니다. 원작과 OVA판의 내용들을 적절히 뒤섞어서 버무려놓았는데, 무엇보다도 내용에 큰 무리가 없이 친절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2019. 2. 23.
쿠로무쿠로 (クロムクロ) 볼만한 로봇물 없나 하고 예전부터 찾아둔 작품인데 이제서야 완주했다. 크게 땡기지 않은것은 아마도 주인공과 주연메카의 매력이 미묘하기 때문이었던 듯 싶지만, 막상 보기 시작하니 무리없이 녹아들었고, 끝까지 다 보면 깔끔한 마무리에 정감이 간다.오우마 켄노스케 토키사다의 경우 오랜만에 보는 순수파 열혈주인공인 점이 반가웠다. 겟타로보 시리즈의 료마와 비슷하지만 좀더 고풍스럽게 정제된 캐릭터인데, 상기했듯 디자인은 조금 아쉽다. 고증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아 시대고증 역시 어느정도 영향은 있었을 법 하다.메카들의 디자인이 난해한데 액션씬 역시도 크게 친절하지는 않아서, 정신없기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렵고 임팩트 면에서도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메카디자인과 액션연출에는 아쉬운 부분이 꽤 있다.작품으로서.. 2019. 2. 12.
여름 눈 랑데부 (夏雪ランデブー) 일본드라마와 백귀야행의 중간 즈음 어딘가.작품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얘기할 게 없는 것은, 완주한 뒤에 시간이 꽤 흘러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특출난 부분이 많지 않은 작품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보다는 사실 이 작품을 먼저 알았던 것 같다. 공통점은 Aimer 의 노래 때문이었고. 양쪽 작품 다 나이차가 꽤 나는 커플링을 반대 성별로 각각 그려냈기 때문에 비교해보는 것이 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두 작품이 애초에 상당히 다른 작품이어서 비교하는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나이 차이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이 "여름 눈 랑데뷰"는 연상연하 커플링이라는 점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 사회적인 입장 차이가 부각되는 것도 아니.. 2018.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