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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 (冴えない彼女の育てかた♭) 재미있게 보았던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이하 사에카노)" 2기. 전반적인 퀄리티가 떨어진 점은 아쉬웠지만, 특유의 매력으로 여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원래 재치가 뛰어난 작품이기는 하지만, 특히 등장인물들 간에 오가는 대사들로 의미전달과 회피의 선을 능숙하게 잡는 데에는 혀가 내둘러졌다.자체적인 스토리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감정들이 조금씩 더 겉으로 드러난다는 데에서 조금 더 현실성이 느껴지는데, 이는 이야기의 진전과 완성을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핵심인 카토 메구미의 몰개성적인 매력이 반감되는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조금 있다. 어쩌면 2기의 마무리 즈음해서 이야기를 끝내는 것도 괜찮았을지 모른다.얼마 전에 "카리나"라는 미국 가수가 갓 17살에 발매한 '슬로우 모션.. 2017. 9. 30.
알드노아. 제로 (ALDNOAH. ZERO) 너무 많은 레퍼런스 사이의 균열한동안 애니메이션 감상을 못했던 것을 감안해도, 간만의 메이저 작품이었던 것 같다. 엔딩을 보고 나니 다들 아름다운 추억(...)이 한가득일 거 같지만, 폭발적인 분량과 분노의 나무위키 글들을 읽는것 또한 재미있었고... 다행히 보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부분들은 많이 겹치지 않는 것 같아 마음 편히 감상평을 쓸 수 있을 것 같다.시원시원하다! 웰메이드 작품처음 시청하면서 바로 들었던 생각은, 소위 '왕도'의 길을 따라가면서도 현대적인 차용이 매력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시원시원한 전개가 좋다는 점. 워낙에 '왕도'를 내세웠기 때문인지, 레퍼런스 / 클리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부모가 없는 재능있는 소년이 우연하게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던가, 우주거주민과 지구인 전쟁의 이유라.. 2017. 8. 31.
나만이 없는 거리 (僕だけがいない街) 정체성 찾기 - 너는 누구냐!2016년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나만이 없는 거리'. 수동적인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과 어린 시절 죽음에 관한 트라우마, 소꿉친구들끼리 뭉쳐서 이를 극복해내는 등 구성 면에서 노이타미나의 예전작 '아노하나'가 많이 연상되는 작품이다.'나만이 없는 거리'는 서스펜스물 포맷으로 보는 이를 휘어잡지만, 중반 즈음을 지나가면서 그 몰입감과 흡인력이 흐트러지는데, 스릴러와 성장드라마 사이에서 제작진의 고민이 컸던 것 같다. 이 시점에서의 문제는 사토루가 범인을 잡는것보단 눈앞의 한사람 한사람을 닥치는대로 구하는 데에만 온 정신이 쏠려서 공감이 안된다는 점이다. 차라리 이럴 경우 히나즈키 카요 사건과 그 이후 두 사람을 구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한 8화 즈음 ~ 모두가 아직 경황.. 2017. 8. 7.
케모노 프렌즈 (けものフレンズ)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2017년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 케모노 프렌즈. 순위 역주행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돌풍을 일으킨 것이 상당히 의외였었는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설정이 잘 먹혔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처음 시청하면서는 저예산 티가 팍팍 나는 애매한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동작) 등이 그 자체로도 상당히 묘해서, '와 이렇게 허술하게?' 하며 슬쩍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소스만 제공해둔 오픈 플랫폼 형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도 꽤 흥미로웠고, 캐릭터 디자인이나 설정은 단박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음과 동시에 이런저런 동물들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심지어 멸종되었거나 위기종인 경우가 많다)와 야리코미 요소를 동시에 얻는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자.. 2017. 7. 24.
신세기 에반게리온 (만화판) 이게 얼마만이더냐...20여년 동안 연재되었던 '신세기 에반게리온' 만화판. 처음 대여섯권까지는 그래도 챙겨서 읽으려고 했었는데, 너무 느린 연재 속도에 그만 손을 놓아버렸더랬다.기본적으로는 극장판 (EOE) 줄거리를 따라가기는 하지만, 플롯의 큰 줄기는 그대로 두되 작가인 사다모토만의 재해석이 들어가서 같은 듯 다른 듯 신선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원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가이낙스 내에서도 그림 실력으로는 최고로 손꼽히는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손으로 그려져서인지 세계관이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온다.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던 부가적인 설정들도 확인할 수 있으며 (공인이라고 인정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에바는 공식 설정 따위에 집착하면서 보는 물건이 아니니까...), 레이 파의 일.. 2017. 1. 18.
G전장 헤븐즈 도어 아는 후배가 추천해줘서 본 니혼바시 요코의 'G전장 헤븐즈 도어'. 전 3권 완결.끝까지 읽으면 재미있다. 하지만 중반~중후반 정도까지는 (틈틈이 되돌아가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있지만) '단순한 이야기를 뭘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할 말이 뭐 이리 많아?' 싶은 느낌이 든다. 영화에서는 '일단 관객이 자리에 앉으면 처음에 좀 재미가 없더라도 끝까지 앉아서 볼 수 밖에 없다'는 이론 같은게 있는데, 약간 그런 느낌을 강요한다는 느낌. 후반은 오히려 전개가 시원시원하게 몰아치고 나간다.작가 본인도 여성이긴 하지만 작품 내에서의 일견 단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여성관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두 주인공의 어머니들은 통속적으로 애정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비쳐지다가 뒤에 가서 진실이 밝혀지지만, 사카이다와는 달리 테츠오.. 2017. 1. 15.
주토피아 (ZooTopia) 유리천장, 성별 다음은 인종이다.비단 박근혜와 힐러리가 아니더라도 지난 몇년 동안 '유리천장'이란 단어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지금의 유리천장이란 단어는 여성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씌여지고 있지만, 사실은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적 편견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종차별' 되시겠다.성별이든 인종이든 기본적인 문제는 차별에 있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구별'과 '차별'을 혼동해서일 것이다. 남자와 여자, 혹은 각종 인종들이 모두 같은가? 그렇지는 않다. 그들이 모두 평등한가? 이것은 그렇다. 해답을 찾는 것은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주인공인 주디는 전례가 없는 '토끼경찰'이 되고 싶어하지만, 기존의 방식을 따르기엔 신체적 불리함이 너무나 뚜렷하다. 경찰사관.. 2017. 1. 5.
별을 쫓는 아이(들) - 아가르타의 전설 (星を追う子ども)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11년 장편작. 지브리 작품들(원령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이나 하이바네 연맹 등이 꽤 연상되는데, 이제는 제법 상업작품 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그러나 고질적인 신카이 마코토스러움에 학을 떼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덩그러니 고독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는 주인공, 별 것도 아닌(?) 동기에 걷잡을 수 없이 펼쳐지는 전개와 감성의 쓰나미.... 문학부 나왔다는 사람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한탄스럽다. '막연한 기대'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별을 쫓는 아이의 경우는 스토리나 설정이 진부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정돈만 잘 했으면 완성도나 대중성은 훨씬 더 나아갔을 작품으로 보여서 좀 안타깝다. 젊은 감독들 중 인지도로 따지면 .. 2016. 9. 24.
아오하라이드 (アオハライド/Ao-Haru-Ride) 너무나 자연스러운, 닮은 꼴들의 상호 구원 단촐한 멤버구성에 정석적인 스토리와 전개까지, 상큼한 이미지도 그렇고 참 작품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의 유일한 차별점이 [상처입은 남주인공의 치유와 구원 + 천상 여자에서 의도적으로 선머슴이 된 여주인공의 대비와 활약]인데, 이런 어느 특정한 요소보다도 '정통파'의 맥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과, 굉장히 섬세한 결으로 소소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점이 장점으로 보인다. 속칭 '웰메이드' 작품이랄까?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연출, 스토리 등을 보면, 더도 덜도 아닌 딱 적당한 지점을 유지하는 것을 작품 전반에 걸쳐 볼 수 있다. 그 와중에서도 활력 넘치는 여주인공 후타바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여린 소녀에서 선머슴을 자처한 후타바의 복합적/이중적인 면모는 남자 .. 2016. 8. 5.